집에서 어슬렁대는 늙은 개는 보기만 해도 애처로울 때가 있습니다.
신디는 겉으론 히스테릭하고 요란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습니다.
평소에 잘 안하던 놀이를 하려고 하면 저 혼자 슬그머니 도망치기 일쑤였고,
나의 늦은 귀가 땐 새벽까지 기다리다가 대문 여는 내 앞으로 달려와 한참을 요란법썩 떨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던 고집 센 멍멍이였습니다.
사실, 신디가 앓던 골병도 추위가 매서운 날에도, 눈보라가 치던 날에도 내가 들어 올 때까지 떨면서 밖에서 기다렸던 것이 병세 악화의 원인이었습니다.
돌이켜 보면, 이 골통은 주인을 기다리는 것이 견생의 전부였던 거 같습니다.
병세가 악화되어 목 밑으론 마비가 된 신디를 며칠의 고민 끝에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.
그리고 품에 안고 둘만의 비밀스런 작별 인사를 나눴습니다.

유별나게 키우진 않았어도 13년 가까운 시간 동안,
단 1초의 망설임도 없는 애정으로 돌봤다는 것으로 싱거운 위안을 삼아봅니다.
한동안 비어 있는 개집을 향해 "신디, 신디야..." 부르게 될 것이고, 냄새 나는 유품들도 정리해야 되겠지요.
개란 동물은 키울수록 알다가도 모를 동물입니다.
밥주고, 운동 시켜준다고 이렇게까지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걸까요.
하긴, 영악한 영장류가 개과 동물의 충직함을 이해하기란 애초에 무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.
따지고 보면, 우리 모두는 태초에 한 개의 세포에서 비롯되었고,
마지막까지 가지에 매달려 펄럭이는 저 단풍잎도 조상은 나와 하나, 최초의 세포 한 개일진데,
문자 그대로 천지동근(天地同根), 만물일체(萬物一體).
또 그렇게 나의 일부를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떠나보냈습니다.
"사랑하는 신디야, 수천 겁파(劫簸)를 지나고 지나 내 개로 태어나줘서 눈물나게 고마웠단다"
Masquerade's Crimson Sky "Cindy"
2000. 4. 27 ~ 2012. 12. 29